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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교실 (수면부족, 입시교육, 인성교육)

미래를 위한 준비 2026. 6. 1. 15:21

수업 중에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엎드려 자고 있는 교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도 이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가끔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요즘 아이들은 수업을 들을 생각 자체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말이 그냥 푸념이 아니라는 걸, 교육 현장에 있는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왜 교실에서 아이들은 잠을 자는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이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어서 자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합니다.

학교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이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수면박탈이란 신체가 필요로 하는 최소 수면 시간을 지속적으로 채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학원에서 직접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밤 10시에서 11시,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훌쩍 넘고 잠드는 시간은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게 6시간도 채 못 자고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니 수업 시간에 눈이 감기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청소년기 권장 수면 시간은 하루 8~10시간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그런데 현실에서 이 기준을 지키는 고등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학원과 학교를 병행하는 구조 자체가 아이들의 수면을 구조적으로 빼앗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겹칩니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학원의 예습 복습 채널 정도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또 듣고 있으니, 잠을 자는 것이 "손해가 아닌 전략"이 된 겁니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학교 7시간 중 상당 부분을 수면으로 채우고 집에 가서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한다고 말합니다. 이게 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 씁쓸합니다.

입시교육이 만든 교실의 균열

제가 학원에서 예체능을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있습니다. 수능과 관계없는 과목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입니다. 미술, 음악, 체육, 도덕, 윤리 같은 비교과 과목들은 수업 시간 내내 잠을 자거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아이들로 채워집니다.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서는 수능 반영 여부가 집중도를 결정합니다. 아이들이 냉정하게 계산하는 겁니다. "이 과목은 수능에 안 나오니까 자도 된다." 그 판단 자체를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현실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진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리, 도덕, 미술, 음악 같은 과목들은 입시 성적과 직결되지 않을지 몰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영역입니다. 정서 지능(EQ)이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는 예술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역량입니다. 입시 교육만 강조되는 환경에서 아이들의 인성 문제나 정서적 어려움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 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성적은 올랐는데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더 늘어나는 이 역설, 우리 교육이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지점입니다.

지금의 교실이 잠들어가는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원 의존도 상승으로 인한 만성적 수면 부족
  • 학교 수업을 복습 채널로 인식하는 학습 태도
  • 수능 반영 여부에 따라 갈리는 과목별 집중도 격차
  • 입시 외 영역에 대한 교육적 가치 인식 부재

선생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제가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건,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무력감을 느끼는지입니다.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도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잠들어 있으면 그 허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수업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시도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학생 참여형 수업 방식을 적용하거나, 수업 규칙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거나, 칭찬 카드처럼 동기부여(motivation)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들이 실제로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동기부여란 특정 행동을 지속하도록 내면적으로 자극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교사가 수업 방식을 아무리 바꿔도, 아이들이 전날 밤 2시까지 인강을 듣고 온 상태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학원 시간표, 수면 시간, 학교 수업에 대한 인식, 이것들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교실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아이들도 학교 수업을 건성으로 듣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냥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이 저는 더 무겁게 들렸습니다.

학교가 다시 의미 있는 공간이 되려면

저는 학원에서 예체능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왜 존재하는지 자주 생각합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 안에서 관계를 맺고 책임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사회, 그 자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학교 교육에서 소홀해지는 과목들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미술 수업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 음악 수업에서 감정을 다루는 법, 도덕 수업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법. 이것들은 수능 점수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비교과 역량이란 성적표 외의 영역에서 길러지는 사회적, 정서적, 창의적 능력을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입시에서도 이 영역을 생활기록부를 통해 평가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적 중심으로 자원이 집중됩니다.

한 가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만약 윤리 시간이나 미술 시간에도 수능 점수가 반영된다면, 아이들이 그 시간에도 잠을 잘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결국 아이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아이들도 주어진 구조 안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구조를 바꾸는 것, 그게 진짜 숙제입니다.

잠자는 교실 문제는 열정 있는 선생님 한 명의 노력으로 일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교육 제도, 학원 문화, 가정의 인식이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합니다. 저도 학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왜 배우는지를 이야기하려 노력합니다. 작은 변화지만,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Bv9iKR5o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