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더 이상 건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아이가 책가방을 메지 않고 수업에 들어간다. 교문도, 복도도 없다. 대신 헤드셋을 착용하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고대 로마의 광장이 될 수도 있고, 우주 정거장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사라진다면 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미 우리는 그 전조를 경험했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은 공간 개념을 흔들어 놓았다. 이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가상 공간 속에서의 협업과 학습이 본격적으로 실험되었다. 대표적으로 는 가상현실 기반 교육 플랫폼을 확대해왔고, 역시 교육 콘텐츠와 결합된 가상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지고 싶다. 메타버스 이후의 교실, 즉 ‘포스트-현실 교실’은 단순한 가상 공간을 넘어서게 될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질 때
지금까지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복제하거나 확장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상 공간은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질 수 있다. 촉감, 온도, 공간감까지 구현된다면 아이는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에서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쟁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학습 몰입도는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과학 수업에서는 세포 내부를 직접 걸어 다니며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변화가 분명 장점이 있다고 본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 경험으로 바꾸는 힘은 매우 크다. 특히 체험 중심 학습을 선호하는 아이들에게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몰입은 깊어지지만, 현실 감각은 약해질까
그러나 동시에 걱정도 든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아이는 어디까지를 ‘진짜’로 인식하게 될까. 이미 게임과 SNS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세대에게, 포스트-현실 교실은 또 하나의 몰입 공간이 된다.
학습은 더 재미있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 형성은 약해질 위험도 있다. 친구와 같은 공간에서 눈을 마주치고, 교실의 공기를 함께 느끼는 경험은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나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배워야 할 것이 단순 지식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한다. 만약 대부분의 수업이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사회성 발달은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까.
교사는 공간의 안내자가 된다
포스트-현실 교실에서는 교사의 역할도 변한다. 교사는 칠판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안내하는 존재가 된다. 어떤 공간을 열어줄지, 어떤 체험을 우선할지 결정하는 큐레이터와 비슷한 역할이다.
기술은 공간을 만들어주지만,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단순히 화려한 배경과 효과음이 있다고 해서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험이 목적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나는 미래 교사가 ‘콘텐츠 선택자’이자 ‘경험 설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이가 가상 공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다.
접근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장비와 비용이다. 고성능 VR 기기와 네트워크 환경이 필수라면 모든 학교가 동일한 조건을 갖추기는 어렵다. 일부 학교만 첨단 포스트-현실 교실을 운영한다면 교육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
나는 기술이 교육을 평등하게 만들기보다, 자칫하면 더 차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한다. 공공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균형 있게 도입되지 않으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계층이 생길 수 있다.
정체성은 어디에 머무는가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자아 인식은 어떻게 변할까. 현실의 모습과 다른 캐릭터로 수업을 듣는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표현일까 아니면 또 다른 가면일까.
나는 아이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트-현실 교실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지만, 동시에 외형과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교육은 기술보다 철학이 먼저여야 한다. 어떤 환경을 제공하든,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안전한 구조가 필요하다.
포스트-현실 시대의 교육 원칙
나는 미래 교실이 완전히 가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수업은 실제 공간에서, 일부는 몰입형 가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체험이 깊이를 대신하지 않도록, 몰입이 사고를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흥미를 끌 수 있지만, 사고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다. 포스트-현실 교실이 그 질문을 확장해주는 도구가 된다면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자극 제공 장치로 전락한다면 교육의 본질과 멀어질 수 있다.
나는 결국 이렇게 정리한다. 교실은 사라질 수 있지만, 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간은 바뀌어도 교육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기술이 교실을 확장할 수는 있어도,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미래의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환경에서 공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배움이 여전히 인간을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남아 있기를.
출처: Meta 교육 플랫폼 자료, 글로벌 메타버스 교육 기술 보고서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