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가르치기 전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초등학생도 파이썬을 배우고, 인공지능 모델을 다루는 시대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코드를 작성하는 법보다, 그 코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먼저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닐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의사결정까지 돕는다. 대표적인 기업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상용화하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에 비해 윤리 교육은 충분히 따라가고 있을까.
나는 앞으로의 교육에서 ‘윤리 코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코드는 중립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알고리즘은 설계자의 가치관과 데이터의 편향을 반영한다. 어떤 뉴스를 먼저 보여줄지, 어떤 대출을 승인할지, 어떤 지원자를 통과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코드다.
만약 아이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 힘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면 위험할 수 있다.
윤리 코딩 교육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문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책임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AI 시대, 판단력이 핵심이 된다
이미 세계 교육 기관들은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AI 윤리 권고안을 발표하며 기술 개발과 교육에서 인간 중심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나는 이 흐름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코드를 잘 짜는 사람보다, 어떤 코드를 짜야하는지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 코딩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윤리 코딩 교육은 몇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 있다. 첫째, 이 기술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둘째, 누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가. 셋째,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데이터가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편향되어 있다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런 사례를 토론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단순 코딩 실습보다 훨씬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어린 나이에 너무 어려운 주제 아닐까
일부는 윤리와 알고리즘 문제를 어린 학생에게 가르치기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어릴수록 가치 판단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은 이미 SNS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 데이터가 무엇인지,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윤리 코딩은 거창한 철학 강의가 아니다. 일상 속 디지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기술 교육의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코딩 교육은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강조해 왔다. 이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가능하다’와 ‘해야 한다’를 구분하는 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감정 분석 AI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학교에 무제한 도입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은 다른 영역이다.
나는 아이가 “이건 만들 수 있어”에서 멈추지 않고, “이걸 만들어도 괜찮을까”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윤리 코딩 교육이 본격화되면 교사의 역할도 달라진다. 단순히 코드 오류를 수정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 판단을 이끌어내는 토론의 안내자가 된다.
이는 교사에게도 새로운 학습을 요구한다. 기술과 철학, 사회 문제를 연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단순 교과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과 교육의 책임
기술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교육 현장에 제공되는 플랫폼과 도구는 투명성을 갖추어야 한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데이터 활용 구조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나는 기업과 학교가 함께 윤리 기준을 세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규범은 늦게 따라온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 교육은 창의성을 막는가
일부에서는 규제가 창의성을 위축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윤리적 기준은 방향을 제시한다.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기술은 힘이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아이가 그 책임을 이해한 상태에서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그 결과는 더 건강할 것이다.

미래 사회를 위한 준비
앞으로의 사회는 알고리즘이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 금융, 교육, 행정까지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환경에서 윤리적 판단 능력은 생존 역량이 된다.
나는 아이가 단순히 기술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설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 출발점이 윤리 코딩 교육일 수 있다.
코드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윤리 코딩 교육의 의무화는 기술 시대의 새로운 기본 소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 변화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출처: UNESCO AI 윤리 권고안, 글로벌 AI 기업 기술 윤리 보고서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