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않을 자유는 존재하는가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만약 이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우리는 늘 ‘더 배우라’고 말한다. 더 높은 성적, 더 좋은 학교, 더 많은 자격증. 그런데 혹시, 배우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을까.
학습 포기 권리(Right to Quit Learning)라는 개념은 다소 도발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공부를 그만두자는 의미가 아니다. 강요된 경로에서 벗어나 스스로 학습 방향을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모두가 동일한 교육 트랙을 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과연 여전히 유효한지 묻는 질문이다.
획일적 교육 구조의 한계
현재 교육 시스템은 일정한 시간표와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같은 나이, 같은 학년, 같은 시험을 치르는 구조다. 이 체계는 대규모 교육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개인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창업이나 예술, 기술 실습에 강점을 가진 아이가 전통적인 교과 중심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선택은 곧 ‘낙오’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실패일까.
나는 오히려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는 사회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
자율 학습과 비학위 경로의 확대
이미 세계적으로 비학위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실무 중심 교육이 결합하면서 전통적 학위 외에도 다양한 인증 체계가 등장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정규 대학이 아니어도 전문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변화는 학습의 형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대학 졸업장 하나만이 능력을 증명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신호다.
포기는 실패가 아니다
‘포기’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모든 포기가 패배는 아니다. 맞지 않는 길을 멈추는 것은 새로운 선택을 위한 용기일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에서 억지로 버티는 것보다, 방향을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 기준은 필요하지 않을까
학습 포기 권리가 무제한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 소양은 필요하다. 문해력, 수리력, 시민 의식 등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는 필수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그 이후의 경로는 보다 유연하게 열어둘 수 있다.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장벽은 부모의 불안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선택은 여전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구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나는 이 문제를 개인의 결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양한 진로 경로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실패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과 사회의 역할
기업 역시 변화해야 한다. 학력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실제 역량을 평가하는 구조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 일부는 학위보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자리 잡을수록 학습 포기 권리는 ‘중단’이 아니라 ‘전환’의 의미를 갖게 된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모두를 동일한 경로로 이끄는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것인가.
학습 포기 권리는 교육을 부정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을 다시 정의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배움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일 때 더 깊어진다.
미래 사회는 더 유연해질까
기술 발전과 직업 구조의 변화는 기존 경로를 흔들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약해지고, 직업 전환이 일상이 되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일 학위보다 지속적인 재학습 능력이 중요해진다.
나는 학습 포기 권리가 장기적으로는 ‘학습 전환 권리’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정 단계에서 멈추고, 다른 시점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선택과 책임의 균형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선택의 자유와 책임의 무게를 함께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과 계획 속에서 경로를 바꾸는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
나는 아이가 남들과 비교해 뒤처질까 봐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배움은 의무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학습 포기 권리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질문이다. 모두가 같은 답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다.
출처: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 동향 보고서 및 직업 구조 변화 연구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