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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성과 자신감 (몰입, 호기심, 질문습관)

by 미래를 위한 준비 2026. 5. 29.

혹시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봐 벌써 포기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 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숟가락을 들고 다니며 땅을 팠습니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이 그네 타는 동안 아이는 흙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집착이 어쩌면 영재성의 단서였을지도 모릅니다.

몰입과 호기심, 영재성의 진짜 신호

영재성(giftedness)이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영재성이란 특정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과 수행 능력을 보이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타고난 지능이나 IQ 점수로만 영재를 판별했지만, 이제는 잠재력이 환경과 교육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된다는 시각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출처: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실제로 영재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특성은 호기심과 과제집착력(task commitment)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서 과제집착력이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 탐구를 지속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내적 동기를 말합니다. 성적 상위 10%와 영재교육 프로그램 이수 우수 학생들을 비교한 데이터에서도 이 특성이 두 집단을 가르는 핵심이었습니다.

제 아이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 아이가 땅을 파면서 보여준 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땅 속에서 나오는 벌레와 뿌리를 관찰하고, "이건 왜 이렇게 생겼어?"라고 물어보는 과정 자체가 탐구적 학습 태도였던 겁니다. 탐구적 학습 태도란 어떤 현상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는 습관을 뜻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에게 고고학자라는 직업을 소개해줬고, 관련 직업 책도 사줬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 고고학자가 없었습니다. 제가 미리 잘 살펴봤어야 했는데, 솔직히 이건 제 실수였습니다.

고고학자를 꿈구며 흙을 관찰하는 아이

그 경험 이후로 저는 아이의 관심을 확장시켜 주는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 연관된 세계로 다리를 놔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기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이스트 영재교육 연구 결과에서도 아이의 흥미가 확장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영재성 개발의 핵심 조건으로 꼽혔습니다.

영재성의 주요 신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 가지 주제에 비정상적으로 깊게 몰입하는 경향
  • "왜?"와 "만약에?"를 반복하며 원리를 탐색하는 질문 방식
  • 관심 분야를 스스로 확장하며 연관 자료를 찾아보는 행동
  •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근거를 따지는 말하기 습관

질문습관과 자신감, 부모가 만들어가는 것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점점 질문을 안 하게 될까요? 제 아이는 자신감이 굉장히 없는 편이었습니다. 뭔가를 물어보려다가도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질문이 시시해서 핀잔받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저도 무심코 "그런 것도 몰라?"라는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으니까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도전과 회복 능력의 근간이 되는 심리적 자원입니다. 이 자기 효능감이 낮은 아이는 실패할 것 같은 도전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면 영재성이 있어도 발현되기 어렵습니다.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소위 '영재' 아이들이 커가면서 평범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실패 경험 없이 "잘한다"는 말만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저는 사실 과도한 칭찬과 "너는 특별해"라는 말을 즐겨 쓰는 편이 아닙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에게 특별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결과 힘든 일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이건 아이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단, 저희 아이처럼 자신감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럴 때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해 주고 공감을 먼저 건네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질문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질문을 하라는 압박 자체가 오히려 질문을 막는다는 점,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아이가 "이 벌레 왜 이렇게 생겼어요?"라고 물어올 때 제가 모르면 같이 찾아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질문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질문 습관 만들기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질문 일기: 매일 하나씩 궁금한 것을 적어두는 노트를 만든다
  • 질문 포스트잇: 질문을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이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 같이 찾아보기: 부모가 답을 알려주기보다 아이와 함께 검색하거나 책을 펼쳐본다
  • 반응 조절: 어떤 질문에도 "그건 쓸데없는 거야"라는 말 대신 "왜 그게 궁금했어?"로 받아준다

아이에게 영재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너무 이른 시기에 판단하려 하면, 부모도 아이도 지치게 됩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것은 아이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순간을 막지 않는 것, 그리고 실패했을 때 "엄마도 그랬으면 실패했을 거야"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는 점입니다. 주입식으로 영재를 만들려는 시도보다,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하고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가 뭔가에 꽂혀 있다면, 일단 같이 들여다봐 주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OWHrR9_J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