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수능 문제, 반복 학습 중심의 교육 시스템, 그리고 네모난 교실에서 여전히 진행되는 획일화된 수업. AI가 인간보다 반복 학습을 더 잘하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기계가 더 잘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호기심과 창의성, 그리고 실생활 적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말입니다.
## 호기심 중심 학습: 호물 루덴스의 시대
2002학년도 수능 문제와 2022학년도 수능 문제를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상은 천지개벽하게 변했지만, 수능 문제는 숫자만 조금씩 바꿔가며 비슷한 유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험 체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준비 방법은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이고, 정해진 시간 내에 실수 없이 빠르게 푸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반복 학습을 가장 잘하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바로 AI입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대학 입학 시험에 도전하는 AI가 등장했습니다. AI는 지치지도 않고, 놀 필요도 없으며, 밥도 먹지 않습니다. 인간이 고3 시절 달달 외웠던 내용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AI는 한번 학습한 내용을 영구적으로 보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AI와 경쟁하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은 합리적일까요?
호물 루덴스(Homo Ludens)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이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기계는 유희를 할 수 없지만 인간은 호기심을 갖고 즐기며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물리학자 테오도르 헨슈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며 흥미로운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울타리 앞에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있을 때, 직선으로 곧장 가는 병아리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호기심을 따라가는 병아리가 결국 먼저 도착한다는 것입니다. 목표 지향적으로 앞만 보고 가는 것보다, 재밌고 즐거워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노벨상까지 받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경험담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교육은 이러한 호기심을 충분히 키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고, 공부해야 할 과목이 너무 많다 보니 정작 학생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공부에는 시간을 몰입할 수가 없습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창하게 강의하는 교사와 눌변에 어수룩하게 강의하는 교사 중 어느 쪽의 강의 내용을 학생들이 더 잘 기억했는지 조사했을 때,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달받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수업을 들을 때의 뇌파 상태와 잠을 잘 때의 뇌파 상태가 거의 똑같다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수업을 듣지만, 뇌는 활동하지 않는 상태인 것입니다.
핀란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대폭 바꿨습니다. 현상 기반 학습(Phenomenon-based Learning)이라는 과목을 도입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다의 유조선이 좌초해 기름이 유출되었다. 어떻게 할까?"라는 실제 상황을 제시하고, 세 과목 이상의 교사가 모여서 매년 한 과목을 같이 만듭니다. 처음 몇 주는 역사교사가 예전에 유조선이 좌초했던 다른 나라 사례들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보고, 그다음에는 화학 교사가 기름과 물을 어떤 화학품과 섞으면 잘 분리되는지 실험하고, 마지막으로 수학 교사가 유출량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수학은 왜 배우니? 그거 해야 여러 가지 처리법 중에 뭐가 제일 효과적인지 정책을 찾아낼 수 있잖아"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내가 이걸 왜 공부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 수학적 사고: 21세기 부와 밀접한 관련
AI 시대에 우리가 AI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지만, 그 답은 수학입니다. 수학을 컴퓨터한테 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무엇을 시킬지는 사람이 알아야 합니다. 미래에는 체계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며, 그래야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학이 우리 실생활에서 쓰이는 곳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ZARA 같은 패션 브랜드는 매주 디스플레이를 싹 다 바꾸면서 유행하는 옷을 계속 교체합니다. 이렇게 빠르게 디자인을 바꾸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ZARA는 MIT와의 협업을 통해 매장의 재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서 수요를 계속 파악해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하는 사장님이 메뉴가 20가지인데, 실제로 매출의 90%는 1번부터 5번까지의 메뉴에서 나온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나머지 15개 메뉴를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준비하고 있다면, 이는 수학적 사고가 없어서 계속 돈을 까먹는 것입니다. 결국 수학적 사고는 21세기 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굉장히 많은 업종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수학의 쓸모'의 저자이자 텍사스 대학의 통계학과 교수인 제임스 컷 박사는 "수학이 일부 사람들을 매우 부유하게 만든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수학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수학은 문제가 아닙니다. 수학은 공식이 아닙니다. 수학은 방정식이 아닙니다. 수학의 본질은 세상에 대해 추론하기 위한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사고 습관의 집합입니다." 그는 또한 "학생들이 문제를 공식화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40대가 되면 학교에서 배운 것의 약 90%가 쓸모없어진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하는 테스트는 무용합니다. 대신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즉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입니다. 이는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 전체를 의미합니다.
## 미네르바 대학: 새로운 교육 모델의 등장
서울대와 아이비리그를 포기하고 미네르바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미네르바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임지엽 학생은 이 대학의 독특한 교육 방식을 소개합니다. 미네르바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을 하면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기 중에 베를린에 있으면서 프랑스나 영국에 가고 싶을 때, 전통적인 대학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미네르바 대학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 있어도 시간대만 잘 맞으면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뛰어넘고 있는 것입니다.
미네르바 대학에는 커리어 디벨롭먼트를 해주는 팀이 따로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로 커버레터를 제출할 때 서류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는 세션까지 갖추고 있는 전문적인 팀입니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계속해서 수업 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고,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계속 가져간다는 점이 미네르바 스쿨의 메리트입니다. 경쟁률은 매우 높아서 천 명 중에 두세 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미네르바 대학의 또 다른 혁신적인 시스템은 교수의 강의 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교수가 3분 이상 강의하면 시스템이 끊어져 버립니다. 교수가 발언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시스템 차원에서 막아놓은 것입니다. 또한 어떤 특정 학생이 계속 조용히 앉아 있고 수업 시간 내내 침묵하고 있으면, 시스템이 교수에게 알려주어 그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합니다. 철저한 상호작용이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하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AI 시대에 우리가 AI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교육 방식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문제를 공식화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미네르바 대학의 사례는 교육이 물리적 공간에 제한되지 않으며, 실생활과 업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교과서와 세상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가깝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아이들이 한 가지 내용을 집중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습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며,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이루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성공 경험이 쌓입니다. 성공 경험으로 이루어진 아이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점차 사회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자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연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