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 일기조차 AI에게 맡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과제를 처리하고, 대학가에서는 AI 부정 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더 똑똑해질수록 오히려 '잘 읽는 법'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MIT 미디어 랩의 연구와 세계 각국의 독서 운동은 AI 시대에도 깊이 읽기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 질문생성하며 읽기: 뇌를 깨우는 독서법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독후감 발표 시간,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35명의 학생 중 책을 끝까지 읽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절반 정도만 읽은 학생도 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비결은 생성형 AI였습니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읽었는데 조금 지날수록 졸리기도 하고 재미없어서 반 정도 읽고 AI한테 물어봐서 줄거리 같은 거는 AI한테 써 달라고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가에서도 최근 2~3년 사이 기말 보고서의 양적·질적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었지만, 학생들의 사고 패턴이나 문장 표현이 대단히 형식적이고 유사한 구조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서는 190여 명의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AI를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MIT 미디어 랩의 코스미나 박사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대학생 60여 명을 대상으로 에세이 쓰기 과제를 제시하고, 생성형 AI 사용 그룹, 검색 엔진 활용 그룹, 자신의 기억과 사고만 이용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뇌 활동을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했을 때는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등 뇌 전체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했지만, 생성형 AI를 이용한 경우 뇌 연결성이 매우 적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스스로 내용을 깊게 생각하거나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국내 연구진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온라인 학습에 관한 글을 읽게 한 후, 한 그룹에게는 질문을 만들며 읽도록 했습니다. 질문을 생성하며 읽은 그룹은 훨씬 긴 읽기 시간이 측정되었고, 정보를 자신의 방식으로 변환시키는 인지적 조작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질문을 만들며 읽었을 때 회상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 참가자는 "질문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내가 글을 이해해야 내가 나만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질문을 만들 수 있는 거다 보니까 더 깊이 읽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인지신경과학자 드엔 교수는 "깊은 읽기를 했을 때만 나중에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단어를 해독하는 것과 의미를 깊이 처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며, 정보가 범람한 시대일수록 정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 MIT 독서교육: 기술의 중심에서 고전을 읽다
현대와 미래 기술의 중심지 MIT에서 의외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밀한 계산도 최신 알고리즘도 아닌, 우리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1600년대 후반에 쓰인 이 작품은 당시에도 800년 전인 당나라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현대인이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과 비슷한 경험입니다. 한 학생은 "평범한 학생이라면 잘 모를 유교와 불교 가치관을 구운몽을 통해 배우면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MIT는 학생들이 일찍부터 전공을 좁히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입학도 특정 학과가 아닌 MIT로 들어오며, 1학년 동안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과학과 공학뿐 아니라 인문, 예술, 사회과학 과목도 반드시 수강해야 합니다. MIT가 커뮤니케이션 요건을 두는 이유는 연구 논문을 쓸 때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의 중요한 부분은 우리 작업이 연결되는 인간적 측면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MIT 학생들은 시 클럽 포에트리(Poetry)를 통해 함께 읽을 시를 공유하고, 한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글을 쓰고 나누며 소통합니다. 박사 과정의 아만다와 학부생 리우는 "처음에는 매주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계속하면서 성장했다"고 말합니다. MIT 학생들이 읽기를 AI에게 맡기지 않는 이유는 진정한 읽기가 책장을 넘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읽은 것을 자신의 언어로 곱씹어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시간은 새로운 태도와 가치관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한 학생은 "컴퓨터공학이나 연구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문학을 통해 배우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빠르게 미래로 달려가는 곳에서 오래된 이야기 앞에 멈춰선 이유는, 삶의 복잡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가 가진 힘 때문입니다. 교수는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단순히 재미로 읽는 경험을 낯설게 만들고, 텍스트의 의미에서 모든 조직과 층위를 진정으로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텍스트하기: 읽기를 넘어 창조로
사회의 변화는 읽기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전통적인 읽기였다면, 이제 사람들은 책을 읽는 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텍스트 읽기는 누군가가 글로 써 놓은 작품이나 책을 수용하는 것이지만, 텍스트하기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혼자 느끼고 감상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제는 읽은 내용이나 생각, 느낌, 감정을 표현하고 남들과 함께 공유합니다.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파크에서는 리딩 리듬(Reading Rhythm)이라는 특별한 독서 파티가 열립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과 함께 각자 자신만의 리듬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데, "도서관에서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멋진 공간을 차지하고 멋진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훌륭한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파티 같다"는 취지입니다. 리딩 리듬은 뉴욕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지하철과 같은 도심 속 일상 공간이 하나둘 읽는 자리가 되었으며,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전 세계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개최된 행사만 500여 차례, 참여 인원은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함께 읽고자 하는 움직임은 국내도 예외가 아닙니다. 책 읽는 북클럽은 함께 읽고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주미령 씨는 한 달에 다섯 건 넘게 책을 읽는 애독가가 되었는데, 함께 읽는 시간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북클럽들이 책 읽는 대한민국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 개를 참여하고 있는데, 여러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의견을 읽고 의견을 나누게 되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돼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함께 읽으면서 확장된 생각은 자신을 바꾸고, 그 변화는 책 너머의 세계를 향한 또 다른 동기를 낳습니다. 주미령 씨는 자신의 책 제목을 "느린 게 아니라 저마다의 속도가 다를 뿐"이라고 정했습니다.

28살 청년 배동훈 씨는 대기업의 브랜드 마케터 일을 그만두고 시를 나누는 일을 전업으로 선택했습니다. "10년 동안 혼자서 시를 읽고 쓰는 시간 동안 느꼈던 게 시는 너무 재밌는 장르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고 난해하다고 느끼는 게 많아서, 시를 재밌고 간편하게 소개하면 사람들이 시의 매력을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포커진을 개설했습니다. 2년 만에 10만 명의 독자를 불러모았고, "시를 읽으면 세상이 조금 고해상도로 보이는 것 같다. 유튜브 영상 화질을 선택할 수 있듯이, 시를 읽으면 그 화질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미국 보스턴의 브래틀 북샵(Brattle Book Shop)은 1825년에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서점 중 하나입니다. 1980년 큰 화재를 겪고 영원히 사라질 뻔했지만, 보스턴 시민들이 책을 기증하고 4년 동안 도움의 손길을 이어가며 되살렸습니다. 오래된 책은 그 책이 지나온 시간만큼의 깊이를 가지며, 책을 둘러싼 경험은 우리의 사고를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꿉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이 한 가지 내용을 집중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성취감을 이루는 것을 반복하면, 성공 경험으로 이뤄진 아이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사회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아이들이 자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쓸모 있는 인간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